김경태 사진작가
#돌멩이 #수집가 #외부기억저장장치 #돌고도는 #우주의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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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득하던 수석들, 하천이 많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탓인지 돌과 함께 지내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어요. 돌은 마당에도 있었고 그보다 더 바깥인 길가, 계곡, 강가나 다리 밑에도 잔뜩 있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몇 번의 이사를 하고 여행을 기억하는 나이가 되면서 지역이나 장소에 따라 돌의 모양이나 구성 성분이 꽤 다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가장 특별해 보이는 돌을 주워 오기도 했죠. 그때 아마도 특정 광물이나 큰 결정 형태에 집착했는데 이사 과정에서 많이 잃어버리게 되었어요. 누군가가 짐이라며 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몇 개 남은 것을 성인이 될 무렵 다시 보니 언제 어디서 주웠는지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그때부터 특정 장소에 대한 지질적인 증거물로 여기며 수집하기도 했어요. 그게 비록 자연적으로 그곳에 있지 않음이 분명한 돌일지라도요. 예를 들어 공사장 인근에 떨어져 있는 파쇄석이라든지, 콘크리트 조각이나 조약돌같이 다듬어진 도자기 조각처럼 자연석이 아닌 돌 같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었던 거죠. 그렇게 수집한 돌들을 가족처럼 보살피며 함께 지내기보다는 수집품이자 일종의 외부기억저장장치 같은 역할로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두며 지냈어요.

사진제공: 김경태
수집된 돌들은 자연적인 붕괴나 풍화 외에는 특별히 변하는 일 없이 우리의 기준에서는 순간으로 멈춰 있어요. 한 유명 다이아몬드 회사가 만든 마케팅 문구처럼 돌은 영원할 것 같지만 적어도 지구에서의 돌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변하고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지각활동으로 화성암이 생겨나고 태양에너지로 풍화되고 쌓여 퇴적암으로, 그것이 다시 쌓이고 높은 압력을 받으면서 변성암이 되었다가 더 큰 힘을 받으면 다시 마그마로 돌아가게 되죠. 그래서 돌을 보고 있으면 그것의 산지 등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훨씬 큰 스케일의 시간에서 저를 포함한 생물을 바라보고자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어요. 그럴 때면 어딘가의 조각을 가져와서 수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허무해질 때도 있지만 이내 또 바닥만 보면서 돌을 찾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저도 그렇게 돌고 도는 거죠.
어쨌든 주워 오고 나면 그 돌이 옮겨진 위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돼요. 보통은 주워 오면 안 되는 곳이 많아서 선택권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지질의 특징을 수집한답시고 가져와버리면 어쨌든 산지와 다른 장소로 오게 되는 건데 그 양이 혹시라도 엄청나게 많아지게 된다면 아주 먼 미래에 지질학적인 근거를 가려내는 데 괜한 노이즈를 만드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자책도 들어요. 물론 대다수 제가 수집 가능한 장소는 이미 교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걸 정확히 구분해낼 만큼 전문적인 지식도 없어서 대충 자연스럽고 비슷한 종류의 암석이 빈번하게 보이면 수집을 결정하는 편이에요. 결국 내가 자연적인 위치에서 이동시켰다고 믿으면서 자책하고 있어요. 최악의 경우는 그렇게 수집한 돌을 엉뚱한 곳에다가 버리는 건데 그것만큼은 하지 않고 가능한 계속 함께 지내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그건 제가 작은 크기의 돌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많이 모이는 만큼 수집의 빈도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요. 물체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맞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안정된 큰 공간 확보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무리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가끔 우주의 돌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광물의 분류로 보자면 의외로 지구의 돌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게 재미있어요. 특히 달은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가설을 거의 확실하다고 볼 정도로, 같은 구성이라도 봐도 될 만큼 비슷하고 아마 외계의 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우주에서 떨어지는 성분들이 지표면에 조금씩 쌓이기도 하고 가끔 큰 충돌로 뒤섞여 있기도 하니까 결국 지구만의 돌이라는 것도 정의하기 어렵죠. 책상 위에 놓여진 돌을 보고 있으면 행성과 우주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자 방대한 시간 속에 모든 게 뒤섞여 있는 물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주의 조각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해 보지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 때와 같은 감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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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사진작가)
전시
개인전 2022 ≪Linear Scan≫, 휘슬, 서울, 한국 2021 ≪일련의 구성≫, 아인부흐하우스, 베를린, 독일 외
수상 2021 송은미술대상 본선 2020 두산연강예술상 ‘시각예술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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